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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멈춤의 은혜"
2025-08-16 03:34:03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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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건널목의 신호등 앞에서 잠시 멈춰서야 할 때를 만나게 됩니다. 급한 일이 있거나, 약속 시간이 임박하여 초조한 마음이 들어도 빨간불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습니다. 신호등은 타협의 여지 없이 모두를 기다리게 합니다.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몇 분에 이르는 기다림의 시간은 불편하고 지루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이유는 그 시간이 우리의 소중한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느닷없이 정지 신호가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질병을 얻어 멈추어 서야 할 때가 있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 길을 가로막을 때가 있습니다. 가족과의 갈등, 예상치 못한 실직이나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오면 모든 것이 멈추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엇인가 손에 쥐고 급히 내달리던 발걸음이 멈춰 서면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멈춤이 주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묻기 시작합니다. 내가 가던 길이 맞는지,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지, 아니면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려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기다림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평소 놓치고 지나갔던 것들을 보게 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옆 사람의 한마디 위로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또한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친구에게 연락해 마음을 나누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쌓여 있던 감정을 내려놓고 진정한 평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 힘으로만 해결하려던 고집을 내려놓고, 내 삶을 이끄시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합니다. 잠시 멈추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시 달릴 힘을 비축하고, 방향을 바로잡아 다음 길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가도록 도와주는 준비과정입니다.

우리는 기다림을 실패나 지연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성경은 그 시간이 오히려 하나님의 손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순간임을 보여줍니다. 출애굽기 14장에서 이스라엘이 홍해 앞에 멈춰 섰을 때, 사람의 눈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 순간 하나님은 구름기둥을 옮기시고, 바람을 보내시며, 바다를 가르시는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하심을 신뢰하라는 초대입니다. 우리의 멈춤은 곧 하나님의 시작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빨간불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자리가 하나님의 기적이 준비되는 현장임을 믿으십시오. 결국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새로운 은혜의 지평으로 건너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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