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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어버이주일"
2025-05-09 16:51:06
관리자
조회수   54

사람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어떤 장면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어린 시절, 늘 마당에서 나를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빨래를 너는 손, 밥을 짓는 손, 내 손을 붙잡고 길을 건너던 그 손은 참 바쁘고 분주했지만, 우리는 그 손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였습니다. 아버지는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셔서는 말없이 TV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시곤 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어릴 땐 지루하고 무뚝뚝해 보였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말 없는 책임감과 묵묵한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 자리를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야 그 자리는 결코 당연한 자리가 아니었으며, 누군가의 깊은 헌신과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자리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은 늘 가까이에 있어 보이지 않고, 고마움은 시간이 지나야 가슴에 젖어드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의 등이 작아지고 걸음이 느려지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실 때마다 가슴이 시립니다. 한때는 그 얘기 전에도 들었어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같은 말로 대답하며 귀찮아했던 자신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무심히 말씀하십니다. “나이가 드니까 자꾸 뭐라도 너랑 말하고 싶어지더라.” 그 한마디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왜 우리는 소중한 이들에게 가장 쉽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걸까요?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이들에게, 왜 사랑을 가장 덜 표현하며 살았던 걸까요? 어린 시절, 내가 열이 나 밤새 뒤척일 때 무릎을 베개 삼아 밤새 수건을 적시던 어머니의 손길, 추운 새벽 어김없이 일터로 향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나를 살리는 사랑이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그립고 눈물 나도록 소중한 풍경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하나님의 성품을 담고 있습니다. 조건 없이 주고, 끝까지 기다리고, 묵묵히 견디며 살아내는 사랑은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십자가의 사랑과 크게 닮아 있습니다. 어버이주일은 단지 감사의 말을 전하는 날이 아니라 그 사랑을 되새기고 하나님께서 내게 어떤 은혜를 베푸셨는지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지금 전화 한 통 하십시오. “어머니 아버지 고마워요 사랑해요이미 천국에 계신 부모님이라면 오늘 하루 그리움 속에 감사 기도를 드리십시오. “하나님, 부모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그 사랑을 흘려보낼 차례입니다. 자녀에게, 이웃에게, 다음 세대에게 부모님께 받았던 그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다시 그 사랑으로 살아내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부모님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깨닫고 바로 그 사랑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성도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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