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세계 각국의 연구 기관에서는 종종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곤 합니다. 그 답변들을 살펴보면 인류 문명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수레바퀴,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며 수명을 연장시킨 페니실린, 가사 노동의 혁명을 통해 여성 인권 성장에 기여한 세탁기가 빠지지 않고 거론됩니다. 정보화 시대를 연 컴퓨터나 위생 혁명을 통해 화장실을 집 안으로 들여놓은 세라믹 변기 역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위대한 도구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발명품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인류가 더 편리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탄탄한 토대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화려한 목록들 사이에서 ‘지우개’를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류가 찬란한 사상을 기록하고 정교한 설계도를 그려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와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습니다. 만약 지우개가 없었다면 인류는 단 한 번의 실수로 공들인 모든 계획을 폐기하며 좌절해야 했을 것입니다. 잘못을 고치고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주는 지우개야말로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완하며 문명의 연속성을 가능케 한 가장 겸손하고도 강력한 도구였던 셈입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 역시 지우고 싶고 수정하고 싶은 얼룩진 순간들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마음으로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육신이 약하여 너무나 자주 넘어지고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2천 년 전, 주님께서 고난의 길을 걸으실 때 제자들은 모두 곁을 떠나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수제자 베드로는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며 처절한 영적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다시 마주하였을 때 그들은 아마도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내가 고난받을 때 너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라는 단 한 마디 추궁만으로도 그들의 영혼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의 아픈 과거를 결코 묻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그들의 깊은 실패와 죄책감을 ‘사랑’이라는 거룩한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주셨습니다. 갈릴리에서 만나자던 그 약속은 “모든 것을 용서하니 이제 다시 시작하자”라는 위대한 회복의 선언이었습니다. 이 은총을 경험한 제자들은 비겁함의 껍질을 벗고 완전히 달라진 부활의 증인으로 거듭났습니다. 2026년의 봄, 우리도 그 부활의 주님 앞에 서 있습니다. 부활은 과거의 실수를 지우고 오늘이라는 백지 위에 소망을 쓰게 하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이 용서와 회복의 은총을 힘입어 어제의 나를 넘어 날마다 승리하는 복된 삶을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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